보험업법 개정, 삼성의 금산복합 리스크 해소해야

국회 정무위는 11월22일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및 채권 평가 기준을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인 ‘보험업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여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이 법안은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각각 대표발의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은행법과 자본시장법에서는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타 회사 주식과 채권의 소유 금액을 시가로 평가하고 있으나 보험업법만 유독 취득원가를 고집해 왔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은 분모인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 등을 반영해 작성한 재무제표상 가액을 적용하고, 분자인 주식 및 채권 소유 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이상할 만큼 불합리하고 모순된 구조이다. 이 기준 때문에 보험회사는 대주주 및 계열회사의 주식 보유를 총자산의 3%까지밖에 할 수 없음에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8.51%(약 5억815만주) 보유하고 있다. 주식 소유 금액을 시가 기준으로 변경한다면 삼성생명은 2021년 말 기준 30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누구나 짐작하듯 주식을 과다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에 있다. 삼성전자가 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임에도 총수일가의 지분이 이재용 회장 1.63%를 포함해 채 2%도 되지 않아 직접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총수일가는 그룹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을 지배하면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로 내려오는 계열사 간 출자고리를 이용하고 있고, 보험업법은 이 출자구조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11월 경실련이 발표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경제·경영학자 108명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63%가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주식 및 채권 소유 금액은 은행과 같이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되 계열사 보유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과 금산분리 원칙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산업자본인 삼성전자가 부실해질 경우 그 위기가 금융자본인 삼성생명으로 이어짐은 물론 그룹과 국가 경제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GDP 대비 삼성그룹의 자산총액은 24%로 국가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일개 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고 금융의 건전성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보험업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삼성그룹도 진정한 글로벌 우량회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억지 논리를 내세워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뉴 삼성’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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