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희 변호사

20세기 중반에 태어나서
21세기 중반 바라보는 사람들은
현란한 변화 속에 볼 꼴, 안 볼 꼴
너무 많이 보고 있다
피곤하지만 경이롭고 감사하다

친구를 만나도, 기사를 살펴봐도, 모두들 ‘그’에 관해 말한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자동번역기 덕분에 자주 살펴보는 외신도 마찬가지다. BTS의 인기가 무색하다. 인공지능 ‘챗(Chat)GPT’ 이야기다. 너무 명민해서 ‘그것’이라고 지칭하기 미안하니, ‘그’라고 부를까 싶다. 나는 ‘그’를 내 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 등록했고, 스마트폰 첫 화면에도 바로가기 아이콘을 만들었다.

조광희 변호사

조광희 변호사

‘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깊은 인상을 준다. 칼럼도 쓰라고 재미 삼아 지시해 본다(이 칼럼은 아니다). 쓰려는 칼럼의 방향을 알려주니, 실제 글쓰기에 참고할 만한 결과물을 내민다. 인공지능을 과제 작성에 사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미국 학교가 고민에 빠진 이유를 알 만하다.

지금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쏟아지는 반응들은 이렇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놀랍다’, 둘째, (과학소설가 테드 창이 뉴요커에 기고한 것과 같이) ‘아직은 아니다’, 셋째,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말자’, 넷째, ‘디스토피아를 막아야 한다’.

몇 가지 징조는 분명해 보인다. 만능은 아니지만, 최상위 수준이 아닌 많은 지적, 창의적 노동을 보완 또는 대체할 것이다. 개발과 활용에서 앞서는 국가나 조직이나 개인은 경쟁에서 현저한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윤리적인 위기와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특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있다. 과연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인가.

작년에 구글의 한 엔지니어는 자사의 인공지능 ‘람다’가 자각력을 갖춘 존재라고 주장하다가, 의인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며칠 전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오묘하고 섬뜩한 대답을 하도록 유도했다. 놀란 마이크로소프트는 한 세션에 주고받을 수 있는 문답을 최대 5회로 제한했다. 물론 현존하는 인공지능에 실제로 의식이 존재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미래에는 어떨 것인가. 인공지능은 결국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인가?

뇌과학이 인기를 끌고 있고, 수많은 책이 의식을 다루었지만, 기념비적 성과를 보여준 예는 못 보았다. ‘의식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지가 혼란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다. 잘못된 질문으로 시작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선 ‘의식이 무엇인지’를 잘 정의해보자. 예전 같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겠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에게 물어본다. 역시나 명쾌하다. ‘그’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의식은 자신의 생각, 감정, 감각 및 인식을 자각하는 주관적인 경험으로서, 주의, 지각, 기억, 추론과 같은 다양한 인지 과정을 포함하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현상이다.” 더 단순화하면, 의식은 ‘자신이 지각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줄이면, ‘메타 인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았을 때, 아무리 그럴싸해도 현존하는 인공지능에 의식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래에도 불가능할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는 불가능할 것이고, 먼 미래에는 가능할 것이다. 비록 과학자나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의식은 지금과 같은 전자공학적인 제조 방법에 인간의 대뇌가 기반하고 있는 생물학적 방법이 결합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상상해본다.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자기가 지각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존재’라면 인간의 본질에 극도로 근접한 존재라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그저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꼭 닮은 안드로이드에게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존재는 인간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 것일까. 상상을 초월하는 지적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의식마저 가지게 된다면 그 존재는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과 노동을 송두리째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갑자기 우리가 기계의 노예가 되거나, 엄청난 실업이 바로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무직종이나 창의적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에 뛰어난 질문을 하며 협업하지 못하는 조직이나 사람은 곧 뒤처질 것이다. 여가와 오락이 인공지능에 크게 의존하리라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가 틀어주는 음악과 영상을 즐기며, 느긋하게 혼술하는 사람들이 눈에 선연하다. 20세기 중반에 태어나 21세기 중반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현란한 변화 속에 볼 꼴, 안 볼 꼴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피곤하지만 경이롭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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