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사라진 자리를 메운 동백나무…그 꽃말처럼 진실된 사랑이 그리운 시절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62) 오동도

1971년, 2021년 오동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2021년 오동도.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육지로 상륙하려는 봄이
섬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팔다리 운동 동작에 맞춰 동백꽃이
“하나! 둘! 셋! 넷!” 구령처럼 피어나고
마무리 숨쉬기로 뱉어낸 봄의 호흡은
“이젠 춥지 않죠?”
이 말에 뒤를 돌아보니 햇살이 서 있네요.

햇살의 도움으로 섬의 그림자가 방파제에 깔리고
항구를 호시탐탐 덮치는 파도를 막아내던 방파제는
768미터의 손을 내밀어 섬을 꼬옥 잡아주며 물어 보네요.
“네 이름이 왜 오동도야?”
오동나무가 많이 자라서 오동도로 불린 섬,
방파제가 만들어지기 아주 오래전,
배를 타고 들어왔던 자들의 학살을
햇살은 기억합니다.

섬에 봉황이 드나들어 고려왕조를 멸망시킬 사람이
이 지역에 태어날 것이라는 신돈의 요사스런 말에
공민왕은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립니다.
학살이 벌어진 그날,
햇살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맞이할 수 없었고
돌담에 속삭이지 못했습니다.
오동나무가 사라지고
섬은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었어요
‘그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꽃말을 갖고 있는 동백이
북상하려는 봄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툭!”
“툭!”

동백은 꽃송이채로 붉게 떨어지고
봄날은 갑니다.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