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감시하고 가십이 통제하는 세상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지난 20일 서울교통공사는 1호선 신설동역 여자 화장실에 인공지능 기반 성별 분석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역무원 살인 사건을 계기로 나온 대책이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공사 측은 AI가 남성 출입을 자동으로 감지해 사건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옷차림과 골격 등을 분석해 남성은 물론 여장남자도 구별하겠다고 한다. 화장실 출입까지 기록하는 사생활 침해는 차치하더라도, 이를 데이터 삼아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성별을 남녀 반반으로 분리하는 전제가 강력히 작동한다. 그렇다면 AI는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과 다른 외모와 표현을 하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이들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성평등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기술의존적인 감시에 맡기는 태도는, 동의 없이 시민을 시험대에 올려 검열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을 구분하고 판별하는 일은 안일한 만큼 강제적이고, 농담 같지만 폭력적이다. 공권력과 언론이 합세하면 그 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지난달 KNN과 조선일보를 위시한 방송과 신문은 ‘마약환각파티’를 벌인 60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한자리에서 검거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상은 지난해부터 일어난 사건들을 한 덩이로 짜깁기한 것이다. 이들은 굳이 ‘일부’ ‘모두’라는 표현을 쓰면서 검거된 이들이 ‘성소수자’이고 ‘에이즈 감염자’라고 밝힌다.

검거된 이들의 수를 과시하는 태도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공권력과 언론의 성과용 응답일 것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을 그대로 연루시키는 언론의 태도는 공익적 해결보다는 이후 양산되는 악의적 메시지를 조장하고 방기한다. 이는 최근 엠폭스 확진자 다수가 남성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었다는 보도와 더불어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을 가십과 통제의 대상으로 고립시킬 당위로 작동한다. 언론이 경쟁적으로 ‘환각’과 ‘파티’에 방점을 찍어 특정 집단을 조리돌림하는 것은, 질병과 약물에 노출되기 쉬운 이들의 취약한 환경을 살피며 안전을 보장하고 치료와 회복을 위한 노력은커녕 이들의 고립과 음지화를 초래할 뿐이다. 질병과 섹스, 약물의 삼각편대로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최근 양상은 이제 ‘6월부터 성소수자 행사가 많아져서 질병 예방에 비상이 생겼다’는 논리로 비약하며 이들을 속박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맥락을 소거한 통제와 검열이 질병을 빌려 혐오를 반복할 뿐임을 지난 코로나19 시국을 통해 통렬히 배웠다. 위기를 다루려거든 가십성 소설 말고 기사를 쓰길 바란다.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범죄화하고 특정 집단을 낙인찍는 것은 국가와 언론이 져야 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며 시민의 감시를 일상화하고 통제와 혐오를 조장할 뿐이다. 인권이 공백으로 남는 한 예방과 안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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