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을 앞둔 이 즈음이면 ‘생활 속 일본어 찌꺼기’가 관심을 모으곤 한다. 그중에는 일본식 한자말과 관련한 얘기도 많다. ‘야채’ ‘감사’ ‘산보’ ‘잔고’ 등은 일본식 한자말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말은 ‘채소’ ‘고맙다’ ‘산책’ ‘잔액’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일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야채·감사·산보 등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던 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고, 국립국어원 역시 이들 말을 일본식 한자말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혀 왔다. 또 ‘잔고’와 같은 현대어는 옛 문헌에 나오지 않겠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다. 당연히 쓸 수 있는 말이다.
써서는 안 되는 ‘일본어 찌꺼기’는 어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오뎅’을 찾으면 ‘→’와 함께 ‘어묵’을 보여 준다. ‘오뎅’을 쓰지 말고 ‘어묵’으로 쓰라는 의미다. ‘→’ 없이 뜻풀이가 나오면 그 말은 써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은 일본어에서 온 것이 확실한 ‘기라성’ ‘십팔번’ ‘몸뻬’ 같은 말들도 쓸 수 있는 말로 다루고 있다.
반면 국립국어원은 우리 글자로 충분히 쓸 수 있음에도 일본 발음을 따라 쓰는 표기는 인정하지 않는다. ‘후라이드 치킨’도 그중 하나다. 영어 ‘fried’는 철자만 봐도 그 발음이 ‘프라이드’일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일상생활에서는 ‘fried chicken’을 대부분 ‘후라이드 치킨’으로 발음하고, 치킨집에 가면 어디든 그렇게 적혀 있다.
하지만 ‘f’를 ‘ㅎ’으로 발음하는 것은 일본의 말습관이다. 따라서 “포장 등에 쓰는 알루미늄박”을 일컫는 ‘foil’을 ‘포일’이 아닌 ‘호일’로, “서류묶음” 등의 뜻으로 쓰이는 ‘file’을 ‘파일’이 아닌 ‘화일’로, “힘내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인 ‘fighting’을 ‘파이팅’이 아닌 ‘화이팅’으로, 당구 경기에서 쓰이는 ‘fluke’를 ‘플루크’가 아닌 ‘후루꾸’로 적는 것은 모두 잘못된 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