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송혁기의 책상물림] 경쟁의 축제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482개를 걸어놓고 누가 많이 따내는지 개인별, 국가별로 ‘경쟁’하는 운동회다.

‘경(競)’은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며 쫓는 모양으로 각축(角逐)의 의미를 표현했다. 각 사람이 머리에 이고 있는 무언가가 후대에는 입으로 부는 악기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여겨지기도 했다. 몸싸움이 말싸움으로 변해간 셈이다. ‘쟁(爭)’은 물건 하나를 두고 위아래의 두 손이 서로 빼앗으려 움켜쥔 모양이다.

“군자는 경쟁하는 일이 없다.” 수천년 전 공자가 한 말이다. 남보다 몸을 낮춤으로써 자신을 수양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 높은 곳,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굳이 경쟁할 때가 있다면 그건 활쏘기할 때뿐이라고 했다. 다만 이 역시 과녁을 잘 맞혀 뚫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활 쏘는 당에 오를 때부터 마치고 내려와서 규칙에 따라 술을 마실 때까지 얼마나 온화한 언행과 반듯한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고 악무에 맞는 우아한 동작을 취하는지, 그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경쟁을 하더라도 군자답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을 단위 교육문화 의식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던 활쏘기 예법을 오늘의 운동경기에 그대로 견줄 수 없음은 물론이다. 5년, 아니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피땀 흘리며 연마해온 국가대표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함께 울고 웃으며 저마다 자신이 속한 나라를 위해 열렬한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것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관전 중에 공자의 오래된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승부에 집착하다 못해 너무 경직되거나 도를 넘어 거칠어지는 일부 선수들을 보며 불편해지는 마음 탓이다.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열등감에 덧씌워진 민족 감정이 운동경기로 왜곡돼 쏟아질 때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엄청날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재미있게 함께 즐겨야 할 ‘게임’이 고통스럽게 서로를 찌르는 ‘전쟁’이 되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아시안게임이 경쟁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축제로서 마무리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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