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은 돈이 된다?

최성용 청년연구자

11월27일 한신대학교는 자교의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학연수생 22명을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가야 한다’며 버스에 태운 다음, 이대로 ‘출입국관리소에 가게 되면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설명한 뒤 그들을 강제출국시켰다. 연수생들은 기숙사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경호원들의 통제 속에 인천공항으로 가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다. 지난 12일 한겨레 보도 이후 논란이 되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국가인권위도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한신대학교 총장은 15일 담화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다.

학생들의 잔액증명이 문제였다. 법무부의 ‘외국인 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은 체류 기간 동안 1000만원 이상의 계좌 잔액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11월6일 한신대에 어학연수생의 잔액증명서 제출을 요구했으며, 한신대는 당초 잔액증명 유지기간을 하루로 안내했으나 이후 유지기간이 3개월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잔액 유지 조건을 지키지 못한 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막고 이후 재입국이 가능하도록 선제적으로 출국조치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와 한신대의 말이 엇갈리는 등, 지금껏 알려진 정보 외에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실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집계됐듯 학령인구는 급감 중이다. 대학들은 존폐 기로에서 사활을 걸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섰다. 교육부가 2004년부터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방안’을 도입한 후 유학생 수는 줄곧 상승해 2022년 1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및 한국정착 지원으로 저출생과 지방소멸에 대처하겠다며 2027년 30만명 도입 목표를 밝혔다.

정부의 대책은 구체적인 문제에서 한없이 빈약하다. 유학생 유치는 이미 서울로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유학생 유치를 위해 입학기준과 비자발급 기준을 낮추고 있지만, 정작 비자만료 후 귀국하지 않는 불법체류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유학생의 불법체류율 등을 기준으로 매년 ‘외국인 유학생 모집제한 권고대학(비자발급 제한대학)’을 선정하여 대학이 유학생 불법체류를 관리하도록 사실상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한신대 역시 올해 유학생 비자발급 제한대학으로 선정되어 어학연수생의 불법체류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유학과 어학연수는 비자가 달라 제도상 구분된다).

유학생 중에는 잔액유지와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비자연장 기한을 넘기거나 출석일수 및 성적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로 인해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되면 귀국하기도 어렵고, 재입국을 위해 내야 하는 최대 3000만원의 범칙금도 감당하기 어렵다. 대학도 국가도 유학생을 ‘돈’으로 보고 유치하지만, 모집 이후의 문제는 무책임으로 일관한다.

한신대 어학연수생 강제출국이 있던 날, 정부는 고용허가제 규모를 3년 만에 3배로 늘려 내년에 16만6000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한덕수 총리는 ‘대한민국 관광수출 혁신전략’으로 내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목표를 밝혔다. 요란한 숫자들의 잔치 가운데 지난 1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테러리스트가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이틀 후 14일 법무부는 올해 “미등록 체류자 역대 최다 적발”을 자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현실은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2.1%에 불과하고 불법체류 단속과 강제 퇴거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앞뒤가 명백한 모순이다. 정부도 기업도 대학도 ‘사람’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 탓이다.

최성용 청년연구자

최성용 청년연구자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