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장〉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어서 붓을 들었다. 요즈음 어디선가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들려오면 우리는 그것을 ‘뉴스’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뜻이 더 뚜렷하고 알찬 예술적인 말이 있기에 바로잡았으면 한다.
무슨 말일까. 그것은 ‘새뜸’이라는 말이다. 어릴적 추운 겨울, 깊어가는 밤이 지겨워 “엄마, 해는 언제 뜨는 거야” 하고 칭얼대면 어머니는 “조금만 참아, 이제 곧 ‘새뜸’이 다가온단다” 그러셨다. 이때 ‘새뜸’이란 반드시 다시 솟아오르는 해를 뜻한다.
또 몇 해째 언제 오신다는 말씀도 없이 아니 오시는 아버지가 그리워 “엄마, 우리 아버지는 언제 오시는 거야. 이거, 개엿이 먹고 싶어 죽겠구나 이거” 그렇게 칭얼대면 “응, 너희 아버지 말이가. 이제 곧 겨울을 갈라치며 부심이처럼 오신단다. 그때는 개엿뿐이겠니. 너희 아버지께서는 엄청 큰 누렁소를 잡아가지고 오신다니까.”
그래서 죽어라 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아니 오셔서 또 칭얼댈 것이면 “조금만 더 참자고. 참는 애들한테는 어떤 ‘새뜸’이든 반드시 ‘새뜸’이 날아온다니까”라고 하셨다.
그러시던 ‘새뜸’, 그것이야말로 ‘뉴스’라는 말보다는 그 담긴 뜻이 한결 뚜렷하고 알차지 않은가.
‘새뜸’은 새롭게 오는 소리, 새롭게 가는 소리, 새롭게 뜨는 소리를 모두어 하는 말이다. 제발 ‘뉴스’란 말은 때려치우고 그 ‘새뜸’이란 말을 써야 한다.
장산곶마루의 북소리를 기다리듯이 한이 맺힌 우리들에게 언젠가는 들려올 반가운 소리, 그것을 ‘뉴스’라고 해서야 되겠느냐.
새해 새아침부터는 ‘뉴스’를 ‘새뜸’이라고 고쳐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