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년범죄, 보호관찰로 초기에 교화해야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그는 특수강도로 실형 5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법원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현재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전자감독과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를 24시간 동안 추적·감독하고 있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전자감독의 목적은 재범을 방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재범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여 재범을 저지를 수도 있다. 전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후자는 대문짝만 하게 보도된다. 당연히 여론의 비난이 빗발친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히 만든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당장의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력범죄 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힘들다.

지금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촉법소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절도와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으로 소년부 법정에 섰다. 판사는 보호관찰 처분을 결정했다. 하지만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을 했고,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소년원 처분으로 변경되었다. 소년원에 갔다 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비행을 반복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업 유예되었고, 자신을 잡아줄 보호자도 없었다. 결국 만 20세가 되던 해,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전과자가 되었다. 모범적 수형생활로 가석방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군대도 갈 수 없었고, 취업도 여의치 않았다. 어느새 사회보다는 교도소가 익숙해져갔다. 교정시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는 재사회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수용생활에 안주하고 범죄를 학습하면서 상습범으로 진화해갔다.

그러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의 대부분은 상습 범죄인이 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2020년 기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3.5%이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소년들이지만, 보호처분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호관찰 기간 동안 보호관찰관과 상담교사 등 멘토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검정고시 합격이나 대학 진학, 취업을 통해 비행적 하위문화에서 벗어나게 되고, 성인이 되면서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한다.

강력사범을 오랜 기간 교도소에 수용하고 출소 후 10년, 20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여 관리·감독하는 데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고, 위험요소도 많다. 반면 촉법소년을 포함한 비행초기 단계 위기청소년에 대한 보호관찰을 활성화하여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교화하는 정책은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더욱 낮추고, 미래의 성인 강력범죄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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