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 캠퍼스엔 왜 도로명주소 체계가 없을까

김선일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도로명주소는 사람이 사는 장소의 위치를 나타내는 종래의 정적인 주소와는 달리 도로를 기반으로 하므로 위치뿐만 아니라 이동 안내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초기에는 위치 안내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으나 이제는 이동 안내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김선일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김선일 부경대 교수·과실연 집행위원

그래서 2021년 서비스 배송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적극적 도로명 부여를 할 수 있게 도로명주소법을 전부 개정했다. 이제는 도로뿐만 아니라 지상이나 지하의 물류가 소통하는 모든 통로에도 도로명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도로명주소 사업의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로명주소 체계가 구축되면 길과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둘째, 경찰·소방 등 응급구조기관의 현장 대응력이 높아지고 대응 시간이 절감된다.

셋째, 물류가 도로명주소 체계로 배송되므로 물류비가 줄어든다. 넷째, 도로명주소 체계 구축은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를 형성한다.

그런데 정부의 도로명주소 사업 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학 캠퍼스 내에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구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캠퍼스는 외부인의 방문과 배송 서비스가 잦은 구역인데 도로명주소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서 길과 건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도로명주소 체계에서는 대학 정문이 서비스 배송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부경대의 경우 용소로 45가 주소로서 용소로 기점에서 450m인 지점이 서비스 배송점이다. 대학 정문인 이 지점까지만 주소 체계가 배송을 안내하고 캠퍼스 내의 건물까지는 안내하지 못한다. 이것은 캠퍼스 내에 서비스 배송을 유도하는 도로에 도로명과 기초번호를 부여하는 도로명주소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대학 캠퍼스 내에 도로명주소 체계가 구축되어 길과 건물 찾기가 편리하고 화재나 응급구조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대학은 행정실적 쌓기용으로 도로명주소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실용적이 아닌 형식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다보니 도로명을‘대학로 123번가길’(가명)이나 ‘한국대 1길’(가명) 같은 형식으로 정했다. 도로명이 길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숫자가 포함되어 쉽게 구분해서 파악할 수 없다. 실용성이 없는 도로명이므로 현재 길과 건물 찾기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도로명은 어떻게 선정되어야 바람직한지 알아보자.

도로명주소의 구조는 도로명과 기초번호로 구성되고 각각 문자와 숫자의 데이터 형식을 가진다. 그리고 도로명과 기초번호 설정의 기본 규정을 보면 도로명은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개념을 지니는 이름으로 하고 기초번호는 건물까지 거리 정보를 나타내기 위한 숫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도로명으로 길을 구분해 찾을 수 있고 기초번호를 이용해 건물 찾기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도로명에 숫자를 분별 없이 넣어 문자와 숫자의 데이터 형식을 무너뜨려 지리정보 체계를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로명은 숫자를 넣지 않고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적합하고 짧은 이름으로 선정하는 것이 인문적이고 과학적이며 실용적이다.

대전의 한 대학의 경우 지명과 관련된 실용적인 도로명이 제안되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도로명이 길고 숫자까지 들어 있어 길과 건물 안내용으로 사용하라고 홍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광주의 한 대학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행정편의대로 그냥 대학 이름에 숫자를 넣어버렸다. 행정편의적으로 숫자를 넣어 정한 도로명은 구분해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서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 내에 바람직한 도로명주소 체계를 구축해 스마트한 길과 건물 안내 서비스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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