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야당의 분별력 잃은 비방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를 야당들이 신랄히 비판하고 있다. 15일에는 “국격을 훼손한 구걸외교이자 유례가 없는 외교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한 ‘삼전도의 굴욕’(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방일 중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황제 취임식에 조공 외교를 하러 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정상외교에 대한 진지한 평가라기보다 정치공세에 가깝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과 전쟁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진정 야당들이 외교의 성공을 바라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성을 잃은, 묻지마 공격이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방중을 비판하는 데 이유가 없지는 않다. 국빈방문에 걸맞지 않은 중국 당국과 언론의 홀대·무례에 한국민들의 자존심이 상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수행 기자 폭행까지 겹쳤으니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문 대통령의 방중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공감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안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벌어진 한·중 간 거리를 다소나마 좁힌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방중을 외교참사라 하고 무엇하러 갔느냐거나 주중대사·외교장관의 즉각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냉정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홍 대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만난 후 “자유한국당과 미국 공화당 주류들, 일본 자민당 주류들, 아베 총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미·일과)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북핵 문제에 한목소리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나라 명운이 걸린 안보 문제를 두고 자국 정부를 제쳐놓고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겠다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야당도 엄연히 국정의 한 축이다. 외교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이지만 야당이라고 책임이 없지 않다. 더구나 작금의 대중 외교 난맥상은 박근혜 정부와 그를 떠받친 한국당, 바른정당이 밀어붙인 사드 배치가 시발점이다. 원인 제공자가 남 말 하는 처사에 어이가 없다. 동맹 만능을 외치며 중국 배척을 주장한 야당으로서는 중국의 환대를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환대 안 했다는 이유로 비난하다니 이런 자가당착과 무도함이 어디 있나. 정상이 해외 순방 시 비판을 자제하는 것이 관례이다. 초당적 외교는 못해도 대통령 등 뒤에서 화살을 쏘는 행태만은 삼갈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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