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의 결단을 바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공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 북·미 두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과 시한을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도 핵심 의제다. 북·미 정상회담 시간표는 빨리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에는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한 5월 말~6월 초 개최보다 앞당겨질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 후보지가 두 개 나라로 좁혀졌다는 말도 했다. 북·미 양국의 사전협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미 양측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청와대가 29일 밝힌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비핵화의 명분과 의지, 그리고 방안을 분명히 드러내준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판문점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매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한반도 주변의 위기상황을 해소하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만 비핵화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 북·미 양측의 생각이 일치하는지부터 불분명하다. 판문점선언이 담고 있는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에 근접해 있지만 북한이 정말 핵탄두 모두를 폐기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특히 비핵화는 신고-핵·미사일 및 관련 시설 폐기-검증-상시 검증 제도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핵화 방법과 시한을 결정하는 일도 난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벽한 로드맵을 결정하지 않으면 타결이 힘들고, 설령 어렵게 타결되더라도 이행과정에서 탈이 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와 체제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휴전협정 폐지와 평화협정 체결, 종전 혹은 불가침 선언, 북·미 수교가 필요하다. 휴전협정 폐지와 평화협정 체결은 중국 등 주변국의 지지와 참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안의 복잡성이 더하다. 더구나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을 뿐 북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인지 거론한 적이 없다.

가능하다면 미국은 북한의 조건 없는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조치에 상응하는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 북·미 간 공식 외교관계 수립에 앞서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민생 관련 대북 제재 일부 해제 등 선행 조치를 시행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의 또 다른 관건은 이행 방식이다. 미국은 북핵·미사일 폐기와 북·미 수교·평화협정 체결 등의 포괄적 일괄타결을 선호하지만 북한은 단계적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간극을 좁히고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비핵화 문제를 담판하는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미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을 가늠할 역사적인 사건이다. 특히 7000만 한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중한 접근과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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