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미사일발사장 해체 시작, 미국도 상응 조치 취해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 보고서에서 평북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위성사진 판독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청와대도 이 동향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핵심 시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곧 폐쇄할 것이라고 말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바로 이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38노스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관련 조치를 이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사일발사장 해체는 비핵화와 관련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못지않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중단을 확증하기 위한 선제조치를 취함으로써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일 명분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를 향한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평가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은 한국전쟁의 종전선언 문제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를 위한 초기적 안전보장 장치로 보고, 조기에 종전선언을 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이 전쟁종식을 선포하는 차원을 넘어 불가침선언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내부 반론 탓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대외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23일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중요한 합의사항의 하나”라면서 “유감스러운 것은, 최근 미국이 입장을 돌변해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 것은 현재의 답보 국면을 정확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시설 해체에 착수한 것은 교착국면을 선제적으로 풀면서 미국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한 의미가 있다.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사항을 실천에 옮기면서 미국에 공을 넘긴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의 해체작업이 던진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화답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발사장 해체 조치에 상응하는 것으로 종전선언만 한 게 없다. 북한이 요구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서도 비핵화의 마중물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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