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광주 건물 붕괴, 이런 인재 언제까지 봐야 하나

10일 전날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전 철거 현장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건물을 층별로 철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층을 부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이 의심된다. 연합뉴스

10일 전날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전 철거 현장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건물을 층별로 철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층을 부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이 의심된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광주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아들 생일이라 장을 보고 귀가하던 60대 어머니, 동아리 후배들을 만난 뒤 집에 가던 고등학생 등 무고한 시민들이 불의의 사고로 희생됐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단계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로 믿기 어려운 후진적 사고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온 재발방지 약속은 무엇이었는지 참담할 뿐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일단 부실한 안전조치와 관리가 부른 인재로 보인다. 도로에서 불과 3m 떨어진 건물을 철거하는데 안전장치는 천 가림막뿐이었고 위험 징후가 나타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국의 관리·감독도 소홀했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들이 5층 건물 옆에 3층 높이로 쌓은 토산에 굴착기를 올려 철거를 진행하다 벌어졌다. 광주 동구청은 10일 철거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대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순서를 어기고 사고 전날 3층 이하 저층부터 철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사고 위험이 큰 현장인데 감리자도 없었다. 게다가 구조물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철제 지지대를 세우지 않고 천 가림막으로 공사 현장과 인도를 구분한 게 안전조치의 전부였다. 기본적인 현장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큰 화를 부른 것이다.

행정당국의 안일한 점검과 대처도 문제였다. 현장 인근 주민들은 수개월 전부터 이 건물이 포함된 재개발지역의 철거작업 환경이 위험하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으로부터 “업체에 공문을 보냈다”는 답만 들었다고 한다. 도로에 인접해 사고 위험이 큰 건물이 철거되는데도 사전에 도로를 통제하고 버스정류장을 옮기는 등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공사와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방심이 없었다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고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철거 하청업체와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의 안전 관리·감독 부실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6년간 건물 해체·붕괴 현장에서 적어도 17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해도 대형 사고가 2건 있었다. 지난 4월에는 광주 계림동 목조주택 리모델링 현장에서 2명이 숨졌고, 같은 달 30일에는 서울 장위동에서 1명이 사망했다.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 사고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승용차를 덮쳐 사망자를 낸, 이번 사건의 판박이였다.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것은 지금의 안전사고 예방책이 미흡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건물 철거 공사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건축물관리법’을 시행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만 되풀이해서는 이번 같은 원시적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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