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년 만의 군 급식시스템 개혁, 부실급식 논란 다시는 없어야

  

군이 장병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1년 만에 식재료 조달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4일 군 급식 시스템을 장병 선호와 건강을 우선 반영하는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70년 이래 유지되며 소수 농축수협의 독점을 야기한 수의계약 방식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학교급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장병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편성하고 입찰·계약·정산까지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안착하면 최적의 식단에 맞춰 다양한 식재료가 조달되며 부실급식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껏 이어진 공급자 위주의 농축수산물 조달 체계가 문제였다. 국내 1000여개 농축수협 중 군납에 참여하는 곳은 90여개뿐이고, 이들이 1년 단위 수의계약으로 별다른 변경 없이 납품하면서 식재료의 품질과 다양성이 떨어졌다. 또 군 당국은 매년 연말 이듬해 급식 품목의 기준량을 미리 정한다. 이미 결정된 식재료를 토대로 식단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료에 꿰맞추는 식인지라 맛없고 부실한 게 당연하다. 게다가 현재 군단급에서 영양사 한 명이 작성한 표준 메뉴로 장병 3만5000여명이 같은 식사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군 당국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늦게나마 식재료 조달 개선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국방부는 현재 군단급에 편성된 영양사를 예하 사단급까지 파견하기 위해 영양사 채용을 늘릴 방침이다. 부대 내 민간 조리원도 31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비선호 보직인 조리병을 아예 없애고 민간 조리원이 급식을 전담하는 대대급 병영식당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군 급식의 품질을 높일 다양한 방안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바란다.

밥·깍두기와 나물 한 숟갈, 오징어 없는 오징어국 등 장병들이 제보한 부실급식이 잇따라 사실로 확인되며 충격을 준 게 근래 일이다. 군 당국이 부랴부랴 중·고생 급식비에 못 미치는 장병 일일 급식비를 종전 879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식재료 조달까지 손보기로 한 것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지원을 늘리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군 당국은 급식 환경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비리와 하자가 개입할 수 없는 급식 운영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밥 때문에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재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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