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무산된 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유감스럽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되어온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당시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중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두번째 줄 왼쪽)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되어온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당시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중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두번째 줄 왼쪽)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기간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9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올림픽을 계기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해왔지만 양국 간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회담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등 현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계기로 양국이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갖기를 기대했는데 무산돼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표를 보면 이번 회담 무산은 부득이한 결과인 것 같다. 그는 “양국 간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다 소마 공사 파문 등이 겹치면서 회담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감스러운 것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인 일본 정부의 무성의하고 고압적인 태도이다. 한국은 과거사 피해자임에도 양국 간 관계를 풀고자 노력했다. 국내에서는 이 시점에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도 일본은 매번 “한국이 먼저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완전히 수그리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회담 상황을 흘리며 한국을 압박했다.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처리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소마 공사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질론에 대해선 “적재적소 (인사 배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커녕 유감 표명조차 미지근하다. 한국 측 요구사항인 소마 공사에 대한 인사조치도 미뤘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태도와 거리가 멀다.

한·일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고 있다. 2018년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및 조건부 유예, 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에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국 정상이 지금껏 직접 대면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이런 한·일관계의 악화일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도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성의 있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회담 무산으로 한국민의 마음이 한층 더 불편해졌음을 일본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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