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인된 부동산 실거래가 조작, 엄단 후 재발 방지책 강구해야

시세를 높일 목적으로 한 ‘실거래가 띄우기’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매 및 전세 가격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연합뉴스

시세를 높일 목적으로 한 ‘실거래가 띄우기’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매 및 전세 가격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연합뉴스

시세를 높일 목적으로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실거래가 띄우기’가 사실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의심사례 821건을 조사한 결과 69건이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식구끼리 사고파는 것), 허위 거래신고, 탈세 등의 위법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아파트 부녀회나 중개업소들이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못하게 하는 ‘호가 담합’ 사례는 있었지만, 실거래가 조작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만 조사한 것으로,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더 많은 위법사례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도 주식시장 못지않게 심리의 영향을 받는다.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집 없는 사람은 하루라도 일찍 집을 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기 마련이다. 국토부 조사를 보면 중개업자 A씨는 시세 2억4000만원인 처제 소유 아파트를 5개월 사이에 딸과 아들 명의로 3억1500만원, 3억5000만원에 각각 매수 신고했다가 해제했다. 한 달 뒤 B씨가 이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A씨는 실거래가를 들먹이며 ‘급격히 오르고 있다. 자고 나면 또 오를 것’이라며 B씨를 부추긴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부당한 방법으로 반년 만에 1억1000만원 이득을 얻었다. 실제 거래된 것처럼 거짓으로 꾸민 자전거래였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3억5000만원으로 올랐고, 같은 단지 아파트들도 덩달아 가격이 상승했다.

주식시장 용어인 자전거래가 주택시장에 쓰이는 것은 집이 투기수단이 됐다는 뜻이다. 집값 왜곡을 초래하는 불법 자전거래는 건수가 적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번 오른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는 자전거래 이후 15건이 약 29%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충북 청주에서는 자전거래 이후 약 54% 상승한 가격에 6건이 팔렸다. 자전거래가 특정 아파트 단지와 주변 지역까지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을 확산시키는 단초가 된 것이다.

주택시장을 교란해 실수요자와 집 없는 서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투기적 위법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자전거래 등 위법행위에 대해 정부는 범죄수사와 탈세분석, 과태료 처분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바란다. 차제에 의혹으로만 제기돼온 기획부동산의 담합이나 조작을 통한 부동산시장 왜곡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호가는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정해지고, 실거래가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집값 시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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