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차 컷오프 마친 최악의 국민의힘 경선, 이젠 정책 경쟁하라

국민의힘이 8일 대선 경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다. 국민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로 8명이 치른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유승민 전 의원·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의원이 최종 경선 무대에 올랐다. 후보별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론조사 ‘양강’인 홍·윤 후보가 선두권이고 유 후보가 “선수교체”를 외치며 추격하는 구도로 전해진다. 눈길을 모은 4강의 한 자리는 ‘준비 부족’을 드러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엉뚱하게 ‘4·15 총선 부정선거’를 외친 황교안 전 총리를 누르고 원 후보가 차지했다. 이로써 친박·극우 후보 없이 당 밖에서 가세한 전직 검찰총장과 강성·개혁 보수 성향의 비주류 3인이 펼치는 4주간의 열전이 시작됐다.

이번 컷오프에서는 당원 40만명 중 49.94%가 투표에 참여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준석 돌풍’이 불었던 6·11 전대(45.3%)보다 높았다. 신규 당원 10만여명은 20~40대에 수도권 지역에서 많았다. 다음달 5일 최종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은 50만명(9월 입당자)까지 늘고 당원투표 비중도 50%로 커진다. 높아진 투표 열기는 젊은층·수도권에서 약세인 보수정당으로선 고무적이다. 반면 당심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네거티브로 흐를 수 있어 우려된다.

지난 22일간 진행된 국민의힘 2차 컷오프 과정은 대선 사상 유례가 없는 저질 경선이었다. 6차례의 TV토론은 윤 후보의 공약 표절과 홍 후보의 막말 시비로 점철됐고, 막판에는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5일 토론에선 윤 후보의 검찰총장 사퇴를 조언했다는 역술인과 항문침 전문가가 소환되고, 한 후보는 여당 이재명 후보의 사진을 찢는 비상식적 행동을 했다. 어떤 나라를 만들지, 준비된 정책이 무엇인지는 뒷전이고, 서로 저질 말싸움으로 치부만 들췄다. 제1야당과 후보들에게 어떤 대안과 희망이 있을지 기대하며 지켜본 시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홍원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이날 컷오프를 통과한 네 후보에게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 제시에 힘을 쏟아달라”고 말했다. 그 주문은 시민의 질타이기도 하다. 제1야당은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나드는 중에 보수주자 지지율은 답보·퇴행하는 현실을 아프게 새겨야 한다. 후보들은 남은 10차례의 지역순회·일대일 토론에서 수권 능력을 담은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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