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발 사주’ 첫 구속영장, 실체적 진실 규명 1차 관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발 사주 의혹 관련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 발부 여부는 고발 사주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손 검사 조사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공수처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손 검사는 공수처에 출석하는 대신, 언론을 통해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향후 공정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임의수사가 원칙이지만 형사소송법, 법과 원칙이 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강제수사를 예고한 바 있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됐음에도 구속영장 청구로 직행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초강수를 둔 배경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거나 증거인멸 시도로 볼 만한 정황을 포착했을 수 있다. 손 검사 측에선 “방어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해 당장 출석해야 한다며 출석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날에야 청구 사실을 통보한 것도 문제 삼았다.

공수처의 영장 청구 사유가 타당한지, 손 검사의 방어권 침해 주장이 타당한지는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론날 것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손 검사의 상관이던 윤 전 총장도 지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기각될 경우 공수처 수사는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전·현직 검사가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야당에 사주한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권 남용은 물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국기문란 행위가 된다. 실체적 진실이 조속한 시일 안에, 명명백백히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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