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기된 차별금지법, 국회도 대선 후보도 책임있게 논의하라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3일 정기국회에서 이 법을 논의해 줄 것을 여야에 촉구했다. 권 의원은 “우리 사회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기본법”이라고 했고, 박 의원은 “법사위 야당 간사와 11월에 공청회부터 하기로 한 걸 다시 제안하겠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여야 정책위 주도로 국회에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7년 국가인권위 권고 후 6차례나 입법이 무산된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될지 주목된다.

현재 법사위엔 지난 6월 10만명이 동의한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이 부의돼 있다. 올봄 동아제약에서 성차별 면접을 받은 여성이 직접 제안한 것이다. 이 청원은 상임위 회부 150일째인 오는 1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청원 심사 종료를 코앞에 두고서야 국회가 방기한 입법 논의가 시작되는 셈이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3개의 평등법에는 성별·나이·장애·국적·종교·학력·성적지향·고용형태 등 20여가지 사유로, 직간접적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와 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선 시민 88.5%가 차별금지 법제화에 찬성했다. 1년 전보다 찬성 의견이 15%포인트나 늘고, 개신교 안에서도 찬성 여론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일부 기독교·보수 단체가 ‘성적지향’ 부분을 문제 삼고 있지만, 국회 밖의 차별금지법 동의 여론과 사회적 논의 수준은 높아진 것이다.

차별금지법 국회 논의는 대선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논쟁이 심한 부분은 토론과 협의·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차별 해소’를 책임 연정의 의제로 포함시켰다. 국민의힘은 논의 자체에 유보적·부정적이다. 윤석열 후보는 “법 제도화엔 여러 사람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 합법화”라며 아예 반대했다. 14년간 법안을 뭉개고, 10만명의 청원까지 받은 국회가 또다시 차별금지법 논의를 내년으로 넘기겠다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구도 더 이상 차별·배제·혐오에 삶과 생업이 짓밟힌 채 홀로 벼랑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누가 차별 철폐에 의지를 보이는지 시민들이 보고 있다. 국회와 대선 후보들은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별금지법 논의에 책임있게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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