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경쟁 속 중견국 위상 걸맞은 역할 찾아야

[선택 2022]③외교안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3월 대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직면할 외교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전 방위로 확산되는 미·중전략경쟁 속에서 신중하게 외교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운명이다. 교착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와 아예 멈춰서 있는 한·일관계에도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런 격변기에 차기 대통령에게 외교안보의 격랑을 헤쳐나갈 식견과 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여야의 유력 주자들은 그에 버금가는 식견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상황은 가장 엄중한데 후보들은 가장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 갈등은 한국 외교의 가장 큰 과제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응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억제를 목표로 출범한 오커스(AUKUS) 확대 추진 의사를 이미 공식화했다. 내년 초부터는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및 우방국과의 새로운 경제 틀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지와 군사 협력 강화를 요구해올 것이 분명한 만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중국이 시진핑 장기집권체제를 공식화하고 주변국을 힘으로 누르려는 거친 외교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중국 내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리 삼아 미국 편에 서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지금 미·중관계를 푸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원칙 있는 대응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과거처럼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방법은 미·중 사이에서 외교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국익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기존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도 경제적 협력을 발전시킨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에 무관하게 같은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정권 특성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롤러코스터 타듯 양극단을 오가는 대응을 지양할 때가 되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국가 위상에 걸맞게 중견국으로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미·중 양국 중 한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양측을 향해 ‘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안보 위기 앞에서 여야가 초당적 대응 선례를 하나씩 구축해나가야 한다.

북핵 문제는 차기 대통령에게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북한이 핵무력을 고도화하기 전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터놔야 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조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의 대북 제재·압박 고집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 북핵 능력을 강화하는 시간만 제공했다. 차기 대통령은 북핵과 북한 문제를 분리 접근해야 한다는 투트랙 대응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깊숙이 논의 중인 종전선언도 매듭지어야 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의 입구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종전을 약속하기가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차기 정부에서 논의를 진척시키고자 한다면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핵 해결에 진전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면 더욱 정교한 논리와 전략이 필요하다. 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과제다. 차기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는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은 재개하는 방안을 일본 측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실리 외교를 주장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윤 후보는 한·미 동맹을 기초로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 구축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이것이 낡은 동맹관에 사로잡힌 것이라면 위험하다. 이재명 후보는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북한을 마냥 용납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시민들의 대북 정서를 고려한 바람직한 태도이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북한의 뜻과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윤 후보는 최근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북한에 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부적절하며 맥락을 모르는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윤 후보가 상황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한 것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책이다. 이 후보는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해 외교 미숙 논란이 일었다. 강성 발언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세심한 대응을 촉구한다.

한국 외교도 관성에서 벗어나 한 단계 발전시킬 때가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역량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역대 대선과 달리 대선 캠프의 외교안보 진용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어느 후보가 어떤 전문가들의 보좌를 받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에서 모호한 정책과 빈약한 보좌진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후보들은 폭넓게 보좌진을 꾸려 기본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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