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 활성화’ 앞세운 차등의결권, 부작용 없게 처리해야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해온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차등의결권에 대해 일부 의원이 반대하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해 올해 안에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남아 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한해 주식 1주당 2~10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상속·양도 시에는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고, 존속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제한하며, 상장 3년 후에는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 등도 있다. 대규모 투자유치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진 창업주가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을 낮춰준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빅테크 기업 상당수가 복수의결권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유는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 법이 진정 벤처기업 육성을 촉진할 수 있다면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복수의결권은 여러 허점을 안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지배주주 특혜법’이라며 우려하는 것처럼 복수의결권은 지배주주에게 과도하게 권한을 집중시켜 사익추구 위험이 커진다. 또 벤처기업에 허용하면 오래전부터 복수의결권을 요구해온 다른 기업에도 확대해야 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상법에서 회사법을 독립시켜 ‘모범회사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안에 복수의결권이 들어 있다. 재벌 경영권 승계의 한 방편으로 복수의결권이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벤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비상장 벤처기업만 대상이기는 해도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을 무너뜨리는 상징이 될 수도 있다. 복수의결권은 반대 측의 의견을 듣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벤처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인 자금조달 어려움과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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