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서 4곳이 개입하고도 신변보호자 가족 못 지킨 경찰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인 20대 여성의 가족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2일 한때 교제했던 여성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뜨린 이모씨(26)를 살인 등 혐의로 구속했다. 범행 당시 현장에 없어 화를 면한 A씨는 지난 6일 이씨를 폭행 등 혐의로 신고해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된 상태였다. 서울 중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가 피살된 일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채 못된 상황에서 또다시 유사 사건이 일어난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경찰의 대응은 허점투성이였다. 지난 5일 마주친 A씨를 감금·폭행하고 이튿날 대구로 데려간 이씨를 A씨와 가족이 서울 강남서에 접수한 신고로 검거한 대구 수성서는 둘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이씨를 풀어줬다. 사건을 이첩받은 이씨 거주지의 충남 천안 서북서도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A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하는 것에 그쳤다. A씨 거주지의 송파서가 한 일도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틈을 타 이씨는 마음대로 행동한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전국 4곳의 경찰서가 개입하고도 참극을 막지 못한 것이다.

최근 신변보호 대상자나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이 잦고, 매번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피살된 30대 여성 신변보호자 사건 당시 경찰은 긴급신고를 받고도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는 등 미흡한 대처로 비판받았다. 지난 7월에는 제주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피해자의 아들인 16세 중학생이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나섰지만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도대체 지난번 사건에서 무엇을 배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경찰은 이번 부실 대응의 이유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격리·차단 조치도 필요하다. 신변보호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 신고자와 가족은 요청 또는 경찰 직권으로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그간 경찰은 가족에 대해서는 신변보호 신청권이 있음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가족도 보호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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