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심상정, 진보정치의 존재감 다시 찾아라

정의당이 흔들리고 있다. 심상정 대선 후보가 이틀째 공식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칩거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거대 양당 중심의 ‘비호감 대선’에서 차별성을 보여야 할 정의당의 부진은 해당 정당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진보정치의 현주소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밤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과 함께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날 한길리서치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2.2%)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낮게 나왔다. 오차범위 내라고는 해도, 2017년 대선에서 득표율 6.17%를 기록한 심 후보로선 충격적 수치다. 그는 앞서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도 “제가 대안으로서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 답답하고 고민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지율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대선 공간에서 정의당의 존재감 실종에서 비롯한다. 네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 심상정’부터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후보가 새롭지 않다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정책과 비전으로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제안했던 무상급식과 기초노령연금, 아동수당, 상가임대차보호법,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은 당시 ‘허황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결국 차례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정의당과 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그와 같은 ‘이슈 파이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네거티브전이 격화하며 정책 경쟁의 환경이 조성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쉽다. 여기에다 민주노총·진보당·녹색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 등과의 진보진영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도 끝내 무산됐다.

정의당과 심 후보는 차제에 대선의 목표와 전략, 메시지를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거대 양당과 똑같은 판에서 싸우는 일은 현실적이지 않다. 불평등과 빈곤, 기후변화와 젠더 등 정의당과 심상정에 어울리는 이슈를 개발하고 선명한 대안을 낼 때, 활로는 열릴 것이다. 위기 원인을 둘러싸고 노동을 외면해서라는 둥, 페미니즘에 집중해서라는 둥의 불필요한 논란은 지양해야 한다. 진보정당은 노동자든 여성이든 약자와 소수자는 모두 보듬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정의당과 심 후보가 냉정한 현실인식과 치열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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