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레드라인’ 다가선 북한, 무력 과시로 얻을 것은 없다

북한이 설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자강도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는데, 검수사격은 화성-12형의 실전 배치를 확인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시사했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라는 레드라인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미국을 압박해 제재 완화 등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겠지만 무력도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여론만 높일 뿐이라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무력 과시로 얻을 것은 없다.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번 IRBM 발사는 ICBM 발사로 가는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어 가장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월16일(김정일 생일)이나 4월15일(김일성 생일)을 즈음해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 선언은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바꾼 계기였는데, 북한이 이를 깰 경우 한반도 긴장이 극대화됐던 2017년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현안에 짓눌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해 실질적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을 발사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 여론은 더 악화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논의가 가시화하는 등 역효과만 커질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체제 안정은 도발이 아닌 남북 협력,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로 가능하다. 북한은 오는 6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데, 김 위원장이 강경 일변도를 탈피해 새로운 대남·대미 메시지를 밝힐 것을 기대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되, 즉자적이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혼선을 빚어선 곤란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수도권 방어용이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한 것이 그 사례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안보 문제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신중을 기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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