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 중립성 논란 키우는 선관위 직무감찰 시도 접으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계획을 거부했다.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대통령직인수위에 “6·1 지방선거 후 선거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완 및 개선 방안을 감사하겠다”고 보고한 데 대해 선관위가 7일 국회에 직무감찰은 선례가 없고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의 선거관리 업무를 압박·침해할 수 있어 가벼이 볼 수 없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두 국가기관의 충돌은 모호한 법규 해석 차이로 출발한다. 감사원법 24조는 직무감찰 범위를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 직무’로 정하고,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법원·헌법재판소를 명시했다. 인수위는 최근 10년 새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가 4차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헌법 97조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을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뒀다”며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행정기관에 속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도 일반행정(조직·운영)이나 회계 감사에 국한됐고, 이런 감사는 감사원이 직무감찰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와 헌재 사무처도 받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헌법 정신을 우선하고, 감사원과 인수위는 감사원법을 적극 해석한 셈이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중립성 침해가 없도록 선관위를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취지가 존중되는 것이 맞다. 선거관리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일로 자칫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 소송이 벌어질 수 있으나, 선거관리 업무를 감사원이 직무감찰하는 초유의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혼선의 발단은 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잘못 예측하고, 소쿠리까지 임시기표소 장비로 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의 명백한 실책이다. 이 일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임하고, 선관위는 내부감사에 착수했다. 국민적 불신이 가시지 않은 선관위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다만, 그 방법으로 행정부의 선관위 직무감찰을 제도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고, 정권이 선거의 심판을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관위는 쇄신과 성찰로 확고한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국회에서 여야의 공증을 받아 이 문제를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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