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100m 집회 금지, ‘소통하는 집무실’은 포기했나

경찰이 새 정부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반경 100m 이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등의 공관 인근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을 대통령 집무실에도 확대 적용해 시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라고 맘대로 해석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운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취지에도 어긋난다.

경찰은 그동안에도 같은 해석을 유지해왔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재 청와대 안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따로 설치하기로 돼 있다. 따라서 관저와 분리된 집무실 인근의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다. 굳이 집무실 인근의 집회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하는 게 옳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집회를 손쉽게 제한하려는 경찰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새 집무실 조감도를 공개하며 집무실 바로 앞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때부터 집무실 개방과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것이 용산으로 옮기는 중요한 명분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이전하는 명분이 진정 소통 강화라면 시민의 집회와 시위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경찰과 인수위는 이번 결정이 ‘불통’이라는 비판이 일자 집무실 반경 100m 바깥에 별도의 집회·시위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소통과 거리가 멀다. 허용 가능한 집회가 제한되고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경찰은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의 집회를 안전하게 보장할 대처 방안을 먼저 살펴야 한다. 시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찰의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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