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잡기용 기준금리 인상, 취약계층 보호책도 마련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조정했다. 금통위는 회의 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망치보다 낮은 성장이 예상됐고, 의장인 한은 총재 공석 상태에서 열렸음에도 금통위는 위원 6명 전원일치로 인상을 의결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돈줄을 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한 한은법 제1조 설립목적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당연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만에 4%대로 뛰어올랐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돈다. 이날 발표된 3월 수입물가도 7.3% 상승해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고물가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과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각각 8.5%, 7.5%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차질이 심해지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값이 치솟은 탓이다.

최근 물가상승세는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면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금리 인상이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다른 어느 쪽보다 저소득 가계와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이자는 연간 총 13조3061억원, 1인당 64만4000원가량 늘어나게 됐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된다.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에 돈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벌써 물가상승세와 재원조달 문제 등을 감안해 추경 규모를 축소하자는 말이 나온다. 여야 거대 정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벌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치는 서민과 약자의 삶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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