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김경수 사면 않는다는 문 대통령, 마땅한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사면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국민 눈높이와 공감대도 있고, 여러 정황상 (사면을)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면을 하려면 늦어도 이날 오후까진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가 열렸어야 했다. 사면권 행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말이다. 당초 부처님오신날(5월8일)을 맞아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MB)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교수 등을 사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면이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흔든다는 비판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포기는 이런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바람직한 선택으로 평가한다.

우선 거론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명분이 없었다.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MB는 뇌물·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형을 받고도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댓글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둘을 동시에 사면한다면 정치적 주고받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런 효과는 검증된 바 없다. 외려 재벌에 대한 은전으로 유전무죄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정 전 교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을 사면했다면 시민들이 공감하기는커녕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정치에 대한 냉소만 키웠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사면권 행사는 최소에 그치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다행스럽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남용되면서 사면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특히 대통령이 임기 말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게 측근이나 힘있는 인물 등을 사면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자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사면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권력 범죄자는 대상에서 배제해야 하며, 생계형 범죄 등 사회적 약자의 사회복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게 법치주의 정신을 덜 훼손하는 길이다. 사면은 사법정의와 충돌해서는 안 되며, 사법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