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처절한 반성·쇄신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2일 전원 사퇴했다. 민주당은 전날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호남·제주 등 5곳을 얻는 데 그쳤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리하긴 했으나, 패배라는 본질이 가려지진 않는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과 시·도 의원 선거에서도 대패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올해 대선에 이은 3연패다. 그럼에도 놀라는 사람들이 드물다. 시민이 민주당의 패배에 놀라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당 위기의 실체요, 현주소다.

민주당의 패배는 예고된 것이었다. 석 달 전 대선에서 진 민주당은 패배한 정당들에 요구되는 행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반성하고 쇄신하는 대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며 패배에 책임 있는 이들이 전면에 나섰다. 윤호중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했다. 지방선거를 한순간에 ‘대선 연장전’으로 만들어버린 무원칙한 행태에 유권자들은 냉정한 심판을 내렸다.

물론 패배는 그 이전부터 배태되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자임해왔지만, 실제 행보는 딴판이었다. 차별과 불평등을 완화하는 입법 대신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86그룹이 중심이 된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매몰됐다. 성비위 근절을 요구하는 등 변화를 외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문자폭탄 세례를 받으며 고립됐다.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응징’했다. 37.7%라는 광주의 충격적 투표율이 그 증좌다.

이제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제대로 된 반성문이 우선이다. 그러려면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 정치팬덤은 필요하지만, 팬덤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 제1야당으로서, 보수정부의 역주행을 걱정하는 소수자·약자를 위한 민생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의 미래가 될 여성·청년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비록 중앙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패했지만, 각 지역에선 풀뿌리 후보들이 선전했다. 민주당은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쇄신에 나서야 한다. 비대위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더 젊은’ ‘더 엄격한’ ‘약속을 지키는’ ‘언어폭력이 없는’ ‘미래정책을 준비하는’ 민주당이라는 5대 혁신안 실천을 약속했다. 새로 들어설 지도부는 이를 반드시 실천해 혁신 의지를 입증하기 바란다.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때 시민의 신뢰를 받는,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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