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도발 엄정 대처” 밝힌 윤 대통령, 냉정하고 신중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제67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언급하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18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윤 대통령이 대북 억제를 강조한 배경이다. 그러나 원칙적 수준에서라도 대화·협력 메시지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관련한 근본 인식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도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포함하는 것이 관례였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가시권에 들어왔던 2016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대북 제재를 강조하면서도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당장 강경 기조를 천명하더라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통일 등의 표현을 담지 않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공산세력의 침략”이란 언급도 했다. 과거 정부에서 ‘한국전쟁’ ‘6·25 전쟁’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과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이날 한·미 양국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8발 발사에 비례해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8발을 동해상으로 대응 사격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3원칙’을 밝힌 바 있다. 발사가 이뤄지면 발사체 종류를 정확히 밝히고,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며, 한·미 군사 협조로 행동하고 국제사회와 공조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한·미 양국의 미사일 발사는 ‘상응하는 후속조치’와 ‘한·미 군사 협조’ 원칙을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도발 시 원칙에 입각해서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대응은 상황을 관리하기보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비례 원칙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한국도 핵실험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원칙을 갖고 대처하되, 냉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강 대 강의 악순환으로는 평화를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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