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닻 올린 ‘이예람 특검’, 부실수사·직무유기 의혹 규명해야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팀이 7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안미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이번 특검의 성패는 군사경찰·군검찰의 부실한 초동수사 및 직무유기 의혹과 2차 가해 실체를 밝히는 데 달렸다. 역대 14번째인 이번 특검을 통해 군이 성인지 감수성을 쇄신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23세 이 중사를 죽음으로 내몬 이 사건은 해이한 기강과 시스템 실패가 뒤엉켜 빚어졌다. 2021년 3월 공군 제20비행전투단 상관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그는 상관들에게 여러 차례 이 같은 피해 사실을 보고했으나 보호받기는커녕 회유와 압박에 시달렸다. 군 초동수사는 증거수집부터 직무유기 수준이었다. 이 중사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전출된 뒤에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조직이 나를 버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혼인신고일에 세상을 등졌다.

국민의 지탄에 국방부가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났다. 가해자 장모 중사가 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을 뿐, 초동수사를 맡은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 군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증거 부족으로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따라 80여명 규모로 꾸려진 이번 특검팀은 1차 시한 70일, 최대 100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특검팀은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비롯해 군의 허술한 초동수사까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성범죄 가해자에게 온정적인 군의 왜곡된 문화가 군 사법체계를 어떻게 교란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중사의 법적 권리를 대변했어야 할 국선변호인이 동기 법무관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그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2차 가해에 가담한 정황도 밝혀야 한다.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사건의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된 딸의 빈소를 지킨 지도 400일 가깝다. 이번 특검 수사에서 군을 좀먹는 권력형 성범죄를 발본색원함으로써, 고인이 안식에 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중사의 죽음을 계기로 군 성범죄의 경우 초기부터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재판하도록 하는 개정 군사법원법이 다음달 시행된다. 동료 군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집단문화로는 강군 건설이 불가능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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