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사퇴했다. 송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청문회를 준비해왔으나, 주말을 거치면서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고, 본인의 뜻을 존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사퇴를 받아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지명한 이후 7일 만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 후보자는 2014년 1학년 학생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만취해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송 후보자는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외모 품평을 하는가 하면 한 여학생에게 남학생을 가리켜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으냐”며 “나는 안기고 싶은데”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송 후보자도 기자 간담회에서 “보도된 팩트는 대부분 맞다”며 “이 일로 낙마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법·행정·외무 고시에 합격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석·박사 학위를 받은 상법 전문가이지만, 공정거래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개인적 인연으로 후보자가 됐다는 비판에도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급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앞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특혜, 정치자금 유용, 막말 등의 논란이 불거져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인사 원칙”이라고 한 바 있다. 부실 인사 지적에는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들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인가.
정부 출범 후 두 달이 되도록 내각을 완성하지 못하는 비정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제 야당과 일각의 비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인사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검사 출신과 지인들에게 편중된 인사를 지양하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반복되는 부실 검증을 막기 위해 검증 시스템도 보완·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