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호한 답변 일관한 윤희근, 경찰 독립 견지하겠나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일 열렸다. 최대 쟁점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문제였다. 윤 후보자는 이에 “경찰권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고 했다. 원칙론을 펴는 듯하면서도 경찰국 설치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의 일환이라는 정부 논리를 그대로 밝혔다.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과 정부의 경찰 장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14만 경찰의 독립성을 맨 앞자리에서 이끌어야 할 경찰청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후보자의 이날 답변은 시종일관 모호했다. 시행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이 경찰법 위반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법적으로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거나 “적법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을 드리지 않겠다”고 피해나갔다.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대우조선해양 파업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한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회의 내용을 묻자 얼버무렸다. 반복되는 모호한 답변에 여당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조차 “분명하게 답하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전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뤄진 밀실 인사가 경찰국을 통해 양성화되는 게 아니냐’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이에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것을 밀실 인사라고 공감한다는 뜻이냐고 지적하자 침묵했다. 이런 정도의 소신으로 어떻게 위기에 처한 경찰의 독립을 견지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불거진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프락치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까지 알고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찰 명예를 결정적으로 실추시키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조직의 총수답지 않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경찰 독립성 유지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수없이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말뿐인 답변만으로 경찰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시민은 안다.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일선 경찰관 대부분은 반대하는데도 윤 후보자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이런 윤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된다고 해도 갑자기 소신을 발휘할 리가 없다. 31년 전 시스템으로 돌아간 경찰의 미래가 그저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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