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궤변과 억지로 ‘인노회 프락치’ 얼버무린 김순호 경찰국장

국회는 18일 행정안전위원회를 열고 김순호 행안부 경찰국장의 ‘노동운동 동료 밀고 후 경찰 특채’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31년 만에 다시 설치한 경찰국의 첫 국장인 김 국장은 이날 자신에 대해 쏟아진 프락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의 부천 지역 책임자로 활동한 것은 맞지만 주체사상에 대한 염증과 두려움 때문에 전향했을 뿐 경찰의 인노회 수사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의 해명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두둔은 시종일관 군색했다.

김 국장은 이날 자신이 경찰에 입직하는 과정에 대한 주변의 증언부터 부정했다. 인노회 활동가 15명을 구속 수사한 치안본부 대공3과 홍승상 전 경감이 최근 “그 사건 때 (김 국장이) 도움을 많이 줬고, ‘내가 책임지겠다’ 하고 특채를 시켰다”고 한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홍 전 경감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후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거짓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담당자로, 김 국장은 홍 전 경감을 “인생 스승”이라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노회에 대한 인식이었다. 김 국장은 이날 “인노회는 이적단체”라고 말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반헌법적 발언”이라고 지적받았다. 대법원은 2020년 재심을 통해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 수사당국이 인노회를 용공단체로 조작했다는 의미다. 경찰의 고위간부인 김 국장이라면 당시 경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는 인노회를 지금도 이적단체인 양 말했다가 지적받은 뒤에야 “그 당시에 이적단체였다는 의미로 말했다”고 물러섰다. 김 국장은 “(인노회가) 지금은 이적단체냐, 아니냐”는 질의에 “27년간 이적단체로 판결을 유지해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국장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탄압한 적이 없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헌신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상민 장관은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불과 몇 년 전에 있었다”며 “인노회 성격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케케묵은 공안의식이 실망스럽다. 이런 사람들이 경찰을 통제하겠다고 나섰으니 경찰이 군사독재 정권의 치안본부 시절로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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