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보수석 교체·정책수석 신설 ‘찔끔 개편’, 쇄신 어림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신임 홍보수석으로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신설된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을 임명하는 등 대통령실을 개편했다. 공석인 국가안보실 2차장에는 임종득 전 국방비서관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국정홍보를 강화하고, 내각과 대통령실 사이의 정책 소통·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번 개편을 단행했다고 한다. 전면적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에는 한참 못 미치는 개편이다. 불과 나흘 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시민들의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듣겠다”며 쇄신을 약속한 윤 대통령의 말이 허망하다.

이번 개편을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마치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이 오해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가 100일 만에 위기를 맞은 것은 윤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대통령실 사적 채용, 정책혼선에 여권 내 분열상까지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이다. 이런 총제적 국정 난맥상에 홍보 책임자 하나 바꾼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다. 대통령실에 정책기획수석실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이관섭 수석을 기용한 것도 논리가 박약하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대통령실의 정책 주도 기능을 대폭 줄인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정반대로 갔다. 그렇다면 잘못된 판단을 한 데 대해 해명하고 그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는 게 옳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실의 안이한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쇄신의 대상인 인사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참모는 정국을 폭넓게 조망하면서 정무적으로 조언할 사람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미 이런 데서 실패한 사람으로 교체되어야 마땅하다. 부실 인사 검증과 사적 기용 논란을 거르지 못한 인사 라인도 교체됐어야 한다. 극심한 내홍을 겪는 집권당과의 관계나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한 정무 기능의 강화도 이번 개편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찔끔 개편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정쇄신, 비서실 쇄신은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실험하는 곳이 아니라, 매일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국정의 사령탑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기조를 대대적으로 쇄신하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날 윤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 많이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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