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론스타 10년 분쟁 일단락, 투기자본 대처 교훈 새겨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2006년 9월 4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 불법매각 원천무효 촉구 100만인 서명지를 앞에 두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2006년 9월 4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 불법매각 원천무효 촉구 100만인 서명지를 앞에 두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기구 판정이 나왔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에 대해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의 손해배상금과 배상금에 대한 10년간 이자(185억원 추정)를 지급하라고 31일 판정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생긴 손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3215억원)를 배상하라며 2012년 11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론스타의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패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의 대응 때문에 수천억원의 시민 세금이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설립한 8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ISDS를 제기한 론스타는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승인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만 한국 정부가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매각 지연 사유였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론스타의 책임도 있다며 해당 손해액의 절반인 2억1650만달러를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론스타 ISDS는 10년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해 중재판정 취소를 추진할 뜻을 비쳤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당시 한국 금융당국이 신중하게 심사한 것은 정당했다. 실제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1명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수의견으로 판정문에 명시됐다.

론스타 사태는 투기자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었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는 헐값 매각 시비가 일었고, 투자액의 두 배가 넘는 차익을 챙겨 떠날 때는 ‘먹튀 논란’을 불렀다. 그리고 끝내 ISDS를 통해 3000억원 배상 판정을 받아냈다. 론스타는 국내 은행을 경영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제2의 론스타가 나오지 않도록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론스타 이외에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6건의 ISDS가 진행 중이다. ISDS는 국가 정책보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는 데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ISDS 제도 자체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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