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업 하청구조 개선책이 원·하청 상생협약이라니

정부가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를 해소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이날 발표된 ‘조선산업 격차 해소 및 구조 개선 대책’의 골자는 원청이 하청과 이익을 나누고, 정부는 그 이행 수준에 따라 지원하며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원청, 협력업체, 근로자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적정 기성금과 근로복지기금 제공, 직무·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을 비롯한 실천협약을 내년 2월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업의 자율에 맡겨놓아 성공 가능성이 의심된다.

조선업계의 30년 묵은 이중구조는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으로 극명하게 부각됐다. 하청 노동자들은 연평균 270일 일하면서도 180일 일하는 원청 노동자 임금의 50~70%밖에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 저임금에다 빈발하는 산업재해와 임금체불까지 겹치면서 노동자들은 조선소를 떠나고 있다. 자연히 숙련공은 부족하고, 그 공백을 재하도급 ‘물량팀’으로 메우면서 작업의 품질이 저하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해법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한마디로 원·하청이 상생협력해 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안이하다. 업계 자율로 해결이 가능했다면 지금껏 악화일로를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공부문의 상생협의체도 자회사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데 민간부문의 원·하청 협의체가 자율로 상생을 이뤄낸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하청업체를 들러리로 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력 확충 해법도 문제가 많다. 특별연장근로를 현행 연간 90일에서 최대 180일로 늘리면 숙련공의 추가 노동으로 이어질 뿐 신규 채용은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최우선 배정한다는데 의사소통 문제로 산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조선업은 하청 노동자 비중이 62.3%로, 전 업종 중 최고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이분들의 임금이나 노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물으며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사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의 일방적 규제 등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지만 노동계가 반발하고 재계는 환영하는 걸 보면 이번 대책이 어느 쪽에 기운 운동장인지는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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