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책임 규명 위해서라도 이상민은 물러나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을 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31일 합동분향소를 들른 후에도 “축제 참가자가 8만~10만명에서 이번에는 13만명 정도로 30% 늘었는데, 경찰 인력도 130여명으로 40% 정도 증원됐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관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인데,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현장에 경찰관 등 질서 유지 요원이 부족했던 것이 이번 참사의 주원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장관은 사고 당일 현장에 경찰 인력을 증원 배치했다고 했지만, 배치된 경찰관들의 주 임무는 강제추행·절도 등 범죄 방지였다. 수많은 인파가 좁은 지역에 들어찼음에도 인파의 흐름을 통제하는 경찰은 거의 없었다. 2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구촌축제 때는 도로통제 뒤 행사를 진행했지만,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린 핼러윈에선 적극적인 도로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처럼 주요 도로를 막아 인도로 활용만 했어도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고 당일뿐 아니라 전날 밤에도 사람들이 밀려 넘어졌다는 신고가 경찰·소방서에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과 지자체의 대처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그래놓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말하는 이 장관의 태도는 명백한 책임회피이다.

조사할수록 이번 참사에 대한 경찰과 지자체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을 총지휘하는 사람이 이 장관이다. 그것도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 지휘 기능을 되살려놓았다. 참사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장관 본인이 물러나야 한다. 경찰관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아 참사가 일어났는데,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장관이 그 자리에 있으면 책임 규명이 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이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이 장관의 사퇴 여부는 정부의 사태 진상규명과 수습 의지를 보여주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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