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라질 첫 3선 대통령’ 룰라의 귀환이 말하는 것

브라질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가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했다. 룰라는 1989년 브라질 민주화 이후 첫 3선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연임에 실패한 첫 대통령이 됐다. 브라질 시민들이 인종차별·여성혐오 발언 등으로 나라를 분열시킨 극우 지도자를 심판한 것으로 평가한다. 룰라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50.9%를 득표해 49.1%를 얻은 현직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약 200만표 차이로 앞섰다. 보우소나루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룰라의 당선은 확정적이다. 룰라는 당선 발표 직후 “내게 투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2억1500만 브라질인들을 위해 통치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 나라, 한 국민”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노동자 출신 룰라는 2003~2010년 대통령직을 연임하며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집권기 빈곤층 생활보조금인 ‘보우사 파밀리아’로 대표되는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양극화에 대응했다. 하지만 퇴임 후 부패 스캔들로 체포돼 1년6개월가량 수감됐다. 이후 유죄 판결이 무효화되면서 이번 대선을 통해 3선 도전에 나섰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2018년 집권했지만 퇴행적인 우파 포퓰리즘 정책과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낳았다.

룰라의 당선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와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대를 걸게 한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관측에 따르면 2004년 2만8000㎢까지 달했던 연간 아마존 우림 소실 면적은 룰라 집권기를 거치며 2012년까지 4600㎢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한 보우소나루 집권 후 벌목이 자행되면서 2019~2021년에만 3만4000㎢의 숲이 사라졌다. 반대로 룰라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이었으며 이를 위한 외교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남미 최대 국가가 상식적인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이다.

룰라의 복귀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 이어 6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모두 좌파가 집권했다. 2000년대 초 ‘핑크 타이드’로 불리던 좌파 득세가 재연됐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그때와 다르고 집권의 배경도 다르다. 하지만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을 제대로 풀어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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