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의 외면하고 이상민 장관 해임 거부한 윤 대통령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12일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 때처럼 명시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선 진상규명 후 문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해임 건의를 뭉갠 것이다.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직무유기로 발생했다. 주무장관임에도 참사 당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이후 책임회피성 망언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 이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거부한 것은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명확해져야 유가족에 대한 국가배상이 정확히 이뤄질 수 있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배려이자 보호”라고 했다. 정작 유족들은 이 장관 파면을 촉구해왔다. 유족을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해 해임 건의를 거부했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경찰 수사 등 진상규명’ 이후 이 장관 거취를 묻겠다지만, 윗선 눈치보기에 급급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 장관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여권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둘릴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사퇴에 찬성하는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공세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다. 심지어 이 장관은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회를 경시하니, 장관마저 국회를 우습게 아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국회는 여소야대 구조다. 국회와 다수 야당을 무시하는 일은 국정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국민의힘도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여당은 해임건의안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까지 거부할 뜻을 시사했다. 장관 한 명 감싸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민심보다 윤심이 중요한가. 무엇보다 재난·안전 주무장관인 이 장관이 참사 발생 40여일이 지나도록 자리를 지키는 일 자체가 상식과 정의에 반한다. 이 장관이 버틸수록 윤 대통령이 참사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식만 굳어질 것이다. 여권은 이 장관 해임을 사태 수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유족들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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