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과생의 ‘문과 침공’, 통합형 수능 보완책 강구해야

지난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합격자의 절반은 이과 출신이었다고 한다. 연세대·고려대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도 이과생들이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문과 침공’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국어 성적 우수자의 이과 쏠림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이 고3 학생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학 1등급의 93.4%는 ‘미적분’이나 ‘기하’ 선택자였다. 국어 영역 1등급 중 ‘언어와 매체’ 선택자는 지난해 70.8%에서 올해 85.5%로 늘었다. 미적분이나 기하,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수험생 대부분은 이과 출신이다.

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2015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있고, 수능 역시 마찬가지다. 문과생들이 주로 치르는 ‘확률과 통계’ ‘화법과 작문’ 선택자들이 계속해서 평균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구조라면 개선이 필요하다.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음에도 과목 선택에 따라 3~4점 차이가 발생해 당락을 좌우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와 매체가 134점, 화법과 작문이 130점이다. 수학 영역은 미적분 145점, 확률과 통계 142점이었다.

선택과목 중 언어와 매체, 미적분의 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고, 그들이 대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과생이라고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을 전공으로 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라는 말은 허울에 불과하다. 문과생들은 문과라는 이유만으로 수능 득점 및 대입 전형 기회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이과생의 인문·사회계열 진출은 가능해도 문과생의 의약·이공계열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같은 입시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재수생도 늘어난다.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으로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지 못한 문과생들은 재수에 나서고,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꾼 이과생 중에선 전공에 적응하지 못해 ‘반수’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 수능 응시자만 해도 졸업생 및 검정고시 출신 비중이 30%를 넘었다. 개인도 사회도 큰 손실이다. 어떤 식으로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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