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서훈 추진 소동이 드러낸 ‘그들만의 세상’

대통령실이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에게 훈장 수여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이·강 수석에게 근정훈장을 주기로 하고, 공적조서 제출 등 실무절차를 완료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두 수석이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도록 돼 있는 근정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자 14일 철회했다. 이·강 수석은 그동안의 언행에 비춰보면 포상은커녕 교체됐어야 옳다. 없던 일이 됐지만, 서훈 추진 소동은 윤석열 정부가 민심과 유리된 ‘그들만의 세상’에 머물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이 수석은 국회·여당과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으로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협치 실종이 그 증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수시로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할 야당 원내지도부를 거의 만나지 않았고,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의 회동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 소동,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혼돈 등 여당 혼란을 방치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지난 8월 정무 1·2비서관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만 봐도 정무수석실이 제 기능을 못했음이 확인된다. 강 수석은 지난 8월 수해 당시 윤 대통령의 자택 지시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 “대통령이 계신 곳이 상황실” 등의 망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달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가 오가던 국회 운영위에선 김은혜 홍보수석과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다 퇴장당했다. 앞서 그가 이끌어온 시민사회수석실은 졸속홍보 논란에 문건 유출 등 보안사고까지 겹치며 축소 개편된 바 있다.

여권에선 연말·연초 대통령실 개편 때 물러날 두 수석에게 총선 출마용 ‘훈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진짜 ‘훈장’을 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행에 따라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현시점에서 주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소동을 계기로 자신들이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새기고 깊이 자성해야 한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