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윗선은 봐주고 꼬리만 잘라낼 건가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4일 행정안전부·서울시에 대해 ‘혐의 없음’ 잠정결론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안전법상 행안부와 서울시가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울 구체적 의무가 없고, 재난 대응·응급조치 책임도 1차적으로 기초자치단체에 부여됐다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난 지휘·지원 규정만 있는 서울시와 그 상급기관인 행안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법과 조례를 형사법적으로 좁고 기계적으로 해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달 넘게 끌어온 경찰 수사는 용산 경찰서장·구청장·소방서장과 간부들 처벌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 집무실 압수수색도 못한 행안부·경찰 수장에겐 면죄부를 주고 꼬리만 자르는 경찰의 ‘셀프 수사’가 개탄스럽다.

이태원 참사는 다중인파를 예측하지 못하고, 112신고가 쏟아진 후에도 제때 출동·구조를 못한 인재로 귀결되고 있다. ‘45분간의 골든타임(오후 11시까지)’에 유관기관 보고·전파가 제대로 안 됐고, 지휘라인의 참사 축소·책임 회피·거짓말도 이어졌다. 살려달라는 시민 곁에 국가는 없었다. 그 책임의 정점에 정부조직법상 안전·재난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있음은 불문가지다.

재난 부실·늑장 대처는 이날 국회 국정조사특위 첫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다. 경찰의 인파 관리 인력은 애당초 배치되지 않았고,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지방에서 술 마시고 자는 바람에 2시간 넘게 압사 보고를 받지 못했다. 진상은 조각조각 규명될 뿐이고, 국가의 직무유기·책임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예산안 대치로 국조 활동기간 45일의 절반을 날린 결과이다. 이 장관이 출석할 6일 청문회에 눈길이 쏠린다. 유보된 유족·생존자 청문회와 전문가 공청회도 못할 이유가 없다. 여야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국조를 내실 있게 마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을 두둔·엄호하다 정무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혼동한 말이다. 정무적 책임은 대통령을 대신해 주무장관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159명이 억울하게 숨진 이태원 참사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 재난시스템 개선은 열 번의 외침보다 이 장관 문책이 더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해임건의를 다수의 국민 뜻으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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