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둔화’ 공식 인정한 정부,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는 ‘상승→둔화→하강→회복’의 네 단계로 순환한다. 기재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각종 지표도 경기가 ‘둔화’ 수준을 넘어 ‘하강’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4% 감소했고, 올 1분기 역시 마이너스성장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수출은 16.6% 줄어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1월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1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민생과 직결되는 고용도 심각하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는 전년 대비 1.5%로 2년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지난해 82만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1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를 보는 외부 시각도 부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포인트 올리면서도 한국은 0.3%포인트 낮췄다.

경기부양의 첫 단추는 기준금리 인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고려하면 당분간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금융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재돌파하고, 코스피는 급락했다. 정부는 물가부터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지만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이라는 조삼모사식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무역적자 해소책으로 추경호 부총리 등 경제장관들이 반도체기업 세금 감면을 내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 외에 다른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중국 외 지역으로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거꾸로 간 것이다.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 상황에 몰렸다. 재정 긴축과 ‘반도체 올인’은 경제위기를 심화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한 각오와 발상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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