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청 국수본부장까지 ‘윤 대통령 인연 검사’를 앉히다니

24일 경찰청에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이임식 후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신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연합뉴스

24일 경찰청에서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이임식 후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신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57·사법연수원 27기)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경찰 지휘부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첫 사례이다. 경찰 수사를 대표하는 직위가 된 국가수사본부장에 정 변호사가 기용되면서 검찰과 더불어 국가 수사권의 두 축인 경찰의 수사도 사실상 검찰 인사가 총괄하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어 정권의 수사기관 장악 기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상식을 뛰어넘은 초유의 인사에 말문이 막힌다.

정 변호사는 2020년까지 20년 이상 검사로 일했으며, 그중에서도 특수수사 분야에 많이 근무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연수원 동기이며, 검사 재직 때는 연수원 4년 선배인 윤 대통령과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처럼 줄곧 검사로 일했고, 또 최고 권력자와 매우 가까운 인사가 경찰 수사조직의 수장이 된 것은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현 검찰이 여러 가지 수사에서 최고 권력자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데, 경찰 수사의 최고 책임자까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임명됐으니 객관적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공개 모집에 응모한 3명 중 경찰 출신 2명을 제외하고 정 변호사를 단수 후보로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겉으로는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강화한다는 모양새를 갖춘 듯하지만, 처음부터 제기된 내정설이 현실이 됐다. 경찰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실현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선 경찰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로 경찰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된 데 이어 경찰 수사 독립의 상징인 국가수사본부 수장마저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인물이 꿰찼으니 위기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되면 경찰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최근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여러 가지 조치를 되돌려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주요 보직과 금융감독원장 등에 기용됐다. 여기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기관장까지 검사 출신이 거머쥐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 정권’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국수본부장이 경찰청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자리라는 점을 들어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을 거쳐 경찰청장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말이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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