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피해 알려도 3건 중 1건은 해결 안 된다니

학교폭력(학폭) 피해 학생 3명 중 1명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렸음에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학교에서 아이들이 폭력 피해를 입고 정의가 좌절되는 경험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전북 제외)에서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보면, 피해를 입었다는 비율은 1.7%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6%)보다 높아졌다. 가장 빈번한 유형은 청소년기에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상흔을 남긴다는 ‘언어폭력’(41.8%)이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부모님이나 학교, 상담기관 등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30%를 넘었다. 금품갈취, 성폭력, 스토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갈수록 피해를 입는 비율은 낮아졌지만 학생이 느끼는 피해 정도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알려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도 더 높았다. 피해 구제 사례를 실제 경험하기 어려워서일 가능성이 크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의 경우도 가해자는 고교에서 언어폭력을 휘둘러 전학 조치를 받고도 명문대에 진학한 반면, 피해 학생은 졸업 이듬해까지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성 없는 가해자들의 소송전은 피해 학생들을 2차 가해의 고통에 빠뜨린다. 정 변호사 아들처럼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전학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면서 집행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잦다. 지난 3년간 가해자들이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의 승소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5명 중 1명도 승소하기 어려운 소송이 줄을 잇는 것은 최대 500일 넘게 시간을 끌어 생활기록부에 징계 조치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학폭위 심의 건수는 약 2만건에 달한다. 코로나19 기간의 거리 두기로 인해 학생들의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신체폭력이 학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폭력을 방지하려면 아이들이 사회적·정서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게 기본이다. 동시에 학교와 사회에선 폭력은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며, 가해자는 사회적 성공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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