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전광훈 목사 그냥 둘 텐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대구시민 여러분,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 정신 나가서 말이야”라고 막말을 했다. 홍준표 시장이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미국 강연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제명을 촉구하자,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이다. 전 목사는 “저놈들은 내년 선거에서 공천 주지 마”라고도 했다. 전 목사는 교회 예배 시간에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전 목사를 추어올리는 여당 수석최고위원, 전 목사의 도를 넘는 언행에 침묵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가 이런 망발을 방조한 것 아닌가.

전 목사의 사회적 합의와 상식을 벗어난 언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목사는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시가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해 야외 집회를 금지했음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며 “이런 집회에 참석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북한의 공작”이라고 했다. 무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성직자가 반북 선동의 재료로 삼는 비상식이 공분을 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걸핏하면 “대한민국이 종북화, 공산화됐다”며 ‘종북몰이’를 일삼았고,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정권교체의 주역인 양 행세하고 있다.

그의 혹세무민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국민의힘의 태도다. 전 목사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양 하는데도 당은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그 이유로 김기현 대표와 전 목사와의 친분을 꼽는 이들도 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8일 예배에서 “김 대표가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면서 몇번 전화가 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울산시장이던 2019년 전 목사 집회에 참석해 “전 목사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했다. 전 목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였고, 일부 후보들은 전 목사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정당과 정치인이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종교계와 친분을 강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정상적 목회자라 보기 어려운 인사에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보수정치의 건강성을 해칠 뿐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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