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강지풍 속 경포대 산불, 봄마다 겪는 악몽 언제까지

동해안 지역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났다. 올 들어 처음으로 소방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서 일어난 산불이 초속 20~30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경포호 북쪽 일대로 급속히 번졌다. 이 불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건물 수십 채가 탔고 주민 500여명과 호텔 투숙객 7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강릉 일대 15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동해~강릉 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경포호 일대와 강릉 앞바다가 검은 연기로 뒤덮이는 걸 목격한 시민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산불 재난의 악몽을 떠올렸을 것이다.

소방당국은 인력 2000여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계속된 강풍으로 소방헬기를 띄우지 못하는 애로를 겪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에야 주불을 잡았다. 산불 발생 8시간여 만이었다. 당국은 이번 불로 축구장 530개 면적인 379㏊의 산림이 소실된 걸로 추정했다. 하지만 태풍급 강풍이 12일 아침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자칫 불씨가 재발한다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당국은 신속히 산불 확산을 막고 마무리 진화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피해 주민을 보살피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해안 산불은 3~5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양강지풍’이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양·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는 양강지풍은 봄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국지성 강풍이다. 역대 두번째로 큰 피해를 낸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2019년 고성·속초 산불, 2017년 삼척·강릉 산불 때도 이 강풍이 불길을 키우는 ‘화풍(火風)’이 됐다. 이번에도 건조경보가 내려진 산야에 불어닥친 양강지풍이 전깃줄 위로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불씨를 일으켰고 순식간에 화마를 퍼뜨렸다.

전국적으로 5년 만에 봄 강풍이 몰아치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까지 내리는 이상기후 와중에 동해안에 대형 산불이 났다. 불시의 천재지변이라 치면 막기 어렵다. 하지만 봄철 동해안 산불은 이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재난임을 익히 알고 있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도 산불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산불을 상시 대비해야 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예방 대책과 조기 진화 시스템을 더욱 철저히 가다듬어야 한다. 인력과 장비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 어느 순간에도 산불 앞에서 속수무책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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