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 극단적 주장 난무하는 전원위, 합의 수준 우려된다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12일로 사흘째 진행됐다. 80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나섰다. 20년 만에 국회에서 열린 전원위는 당초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선거 개혁과 동떨어진 극단적·퇴행적 발언이 난무하고, 여야의 중론도 평행선을 달렸다. 이렇게 마쳐서는 여야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앞서 전원위에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전원위를 적극 추진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며 4월 내 결론을 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원위 시작도 전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정수 30명 축소를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제시해 찬물을 끼얹었다. 여당 대표가 의원들의 소신 발언을 통제하고 논점도 흩트려버린 것이다. 이에 호응하듯 여당에선 비례제를 폐지하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런 식의 논의라면, 비례성 확대·승자독식 방지·지역구도 완화라는 선거 개혁의 대의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전원위 진행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여야 의원들은 준비해온 원고만 읽을 뿐 토론·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구난방식으로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이다. 전원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간이 갈수록 참석률도 떨어졌다. 말로는 정치 개혁과 선거제 개편이 중요하다고 20년 만의 큰 무대를 만들어놓고, 국민 보기에 낯부끄럽게 된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전원위는 여야가 속내를 모두 털어놓는 대화 공간을 만든 점에선 의미가 있다. 경기 룰을 정하는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합의하지 않은 선거제’라는 여야 공방 끝에 위성정당이 등장해 선거가 난장판이 된 기억도 곱씹어야 한다. 여야가 진정 유권자를 위해 선거제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극단적 주장과 당리당략을 넘어 최대 다수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제 밥그릇 챙기기’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우려도 잊어선 안 된다. 여야는 전원위가 끝날 때까지 민심에 부합하는 합의안을 모색하고, 그 후에도 책임있는 ‘여야 선거 협의체’를 가동해 미진한 논의를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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